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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는 기억이 별로 없는데 고양이 기억은 난다

회색 페르시안 친칠라 

고양이를 안고 있을 때는 좋았다

​완전완전좋았다

고양이가 최고로 좋았다

​고양이 귀여워서 짱 좋아

고양이는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 구석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았다

​고양이랑 결혼하고 싶다

나는 그날 학교에서 엄청 기대를 하고 있었다

​왜 고양이는 그렇게 짧게 살까

드디어 우리 집에 고양이가 생겼다니! 하고 엄청 기대를 하고 있었다

 

고양이는 잔인하다고 한다

 

집에 가면 고양이가 꼬리를 살랑대며 반겨줄거라고 생각했다

​그치만 내가 키우던 고양이는 분명 쥐한테도 질거다

그런데 집에 왔는데 어디에도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서 실망했었다

​그리마랑 싸우다가 져버리는 걸 내가 봐버리고 말았다

알고 보니 구석에 숨어있었다

​하루는 고양이가 푸른 비닐봉지를 슈퍼맨처럼 쓰고 있어서 너무 귀여워서 죽을 거같았다

우리 집에서도 가장 구석의 침대 사이 틈이 녀석의 새로운 집이 된 것이었다

​물론 고양이는 강아지처럼 충성스럽진 않다

웅크리고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치만 나는 지배하는 쪽보단 지배당하는 쪽이 좋기 때문에

나는 고양이가 굶어죽을까 봐 무서웠다

​너무 충성스러운 개보다는 고양이 쪽이 좋다

그래서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 바로 옆에 물과 사료를 뒀다

​처음엔 무서워하던 녀석이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게

자고 일어났더니 사료가 줄어들어있어서 좋았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좋았다

하루에 한 번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의 등을 만졌다



고양이는 별로 반응도 잘 안 했지만 따뜻해서 좋았다

 

 

 

척추를 따라 나 있는 털은 다른 털보다 좀 더 꺼끌거렸다

 

 

 

스트레스 받을까봐 많이는 안만졌다



고양이는 서서히 밖으로 나왔다 



그래도 눈이 마주치면 도망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밖으로 나오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았다



고양이는 가족 중에서 나를 제일 좋아했다



고양이는 물이 없으면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런데 절대 울지를 않았다

​고양이와 헤어질 때 나는 어린애처럼 울어버렸다

우리 고양이가 먀옹 하고 운다는 건 엄청난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떠날때까지 진짜로 울줄은 몰랐다

 

어지간해서는 울지를 않았다

​다시는 못볼것같아서 울었다

물이 없어도 사료가 없어도 그냥 고양이는 그릇 앞에 앉아서 빤히 쳐다봤다



시골에 갔다 올 일이 있어서 이틀 정도 집을 비울 때는 사료하고 물을 수북이 쌓아뒀었다



혹시 몰라서 대야 같은데 물을 받아놨던 거 같기도 하다



고양이는 돌아온 나를 보고 먀옹 하고 울고 다리에 얼굴을 비볐다



방에서 문을 닫고 있으면 고양이는 계속 들여보내 달라고 문을 앞발로 긁었다



들여보내주면 내 다리에 얼굴을 몇 번 쓱 비비고 허리를 살짝 위로 올리고 꼬리로 내 다리를 살짝씩 감았다



그러고는 다시 나가버렸다



제일 좋아하는 건 학교 갔다 와서 손을 씻고 겉옷을 벗고 침대 위의 고양이를 안는 일이었다



고양이는 졸린 눈을 하고 있다가 내가 안으면 당황한듯한 표정을 짓고 이내 끄응 하고 기지개를 폈다



그러고 다시 일어나 내 다리에 얼굴을 비빌 때도 있었고, 그냥 누운 채로 그르렁 거릴때도 있었다



고양이는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다









고양이가 벌써 우리 집을 떠난 지도 7년이 넘었다

​엄마와 내가 아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땐 정말 어린 고양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할아버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 곳엔 다른 고양이도 같이 산다고 해서 약간은 안심이었다

 

죽기 전에 또 보고싶다

​영문도 모른채 이별하게된 고양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나중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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