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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나와 마히토는 둘 모두 이타도리의 대척점에 위치함.

 

쥰페이가 풍선이 됐을 때 같이 신나게 비웃기도 했고, 둘의 가치관 역시도 이타도리의 정반대임. 그리고 그 외에도 수많은 것들이 대조됨.

 

우선 분석할게 별로 없는 스쿠나부터 말해보자면, 스쿠나가 순수악이라는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을거임. 밑도 끝도 없이 사악한 캐릭터. 이것만 있었다면 스쿠나는 흔해빠진 절대악 캐릭터였을거임.

 

그러나 스쿠나는 절대악 캐릭터면서도 이상주의자라는 특이한 포지션에 있음. 물론 현실성을 내다버린 이상주의자는 아님.

 

스쿠나가 말하는 대사들을 살펴보면 재미있는게 많음. 후시구로와 대치할 때에는 목숨을 불태우라고 말하고, 죠고와 싸울 때는 겁에 질려있다고 말함. 그리고 죠고와의 전투가 끝난 후 담담하게 읊는 대사에서 스쿠나라는 캐릭터가 가진 깊이를 드러냄.

 

이 대사는 주술회전의 손꼽히는 명대사이자 주제 의식과 아주 강하게 결부된 대사라고 생각함. 그리고 그 전까지는 어렴풋이만 드러나던 스쿠나의 깊이를 처음으로 온전히 드러낸 대사임.

 

우선 짤의 첫번째 컷의 대사는 스쿠나가 생각하는 이상을 드러내고, 그에 대한 현실을 통찰하고 있음. 저기서 스쿠나는 단순히 '뭉쳐있는 놈이 약하다'고 말하는게 아닌, 뭉쳐서 서로 모여 자신의 가치를 헤아리기에 약해진다고 말하고 있음.

 

여기서 '자신의 가치'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하나는 자신의 가치관이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이 얼마나 가치있느냐임.

 

가치관을 서로 헤아리는 행위는 각자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침. 실제로 현대 사회를 보면 무수히 많은 개인의 가치들이 공존하기 위한 '보편의 가치'를 찾고자 하고 그것이 최고선이라고 말하며 따르려는 경향성이 존재함. 이건 어느 국가와 사회를 가도 마찬가지임. 개인주의마저도 결국 '서로 간섭하거나 피해주지 말자'라는 공통적인 선과 가치를 정하고 있으며, 개개인의 그 가치는 그 선안에서만 실행됨.

 

그리고 스쿠나는 그것을 부정함. 그런 식으로 함께 살아가면서 공존하려고 하기에 개인의 가치는 틀에 갇히고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거임. 반대로 너무 약하기에 그런 틀을 빠져나오지 못한다고도 할 수 있는거고.

 

이제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헤아리는 행위 역시도 마찬가지임. 가치관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렇기에 가치의 기준 역시 달라질 수 밖에 없음. 그러나 각자를 비교해서 자신의 가치를 찾는다는 것은 결국 다수를 하나의 기준에 끼워넣는 행위임. 당연히 그럴수록 스스로의 온전한 가치는 약해지기에 스쿠나는 이 역시도 부정함.

 

 

다음 컷의 대사를 보면 스쿠나는 미래도 집단도 내팽게치고 모든 것을 불태워서 이상에 닿았어야만 했다고 말함. 그리고 이상을 움켜질 허기가 부족했다고 말하고.

 

저 대사들을 요약하면, 주변 하나하나 신경쓰지 말고 오로지 스스로의 이상을 위해서 많은 것들을 희생하고 나아가는 존재가 그걸 움켜질 수 있다는거임. 진격의 거인에도 비슷한 대사가 있지.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절대악으로 비춰지는 캐릭터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쉽지 않은 대사라고 생각함.

 

어쩌면 스쿠나 역시도 자신의 이상,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서 수많은 것들을 포기했을지도 모르지. 나름대로 사랑하던 가족이나 꿈꾸던 명예같은게 과거에 있었지만 현재의 '절대악'에 도달하기 위해 그 모든 것들을 내던졌을지도 모름. 아니면 적어도 그런 사람과 만나서 깊은 대화를 나눠봤을지도 모르지.

 

저렇게 디스한 다음에 죠고를 인정해준 것만 봐도 스쿠나가 상당히 입체적인 캐릭터라는건 확실히 알 수 있음. 아무리 이상이 부실하고 허기가 부족했을지언정 그걸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죠고에게 나름대로 경의를 표한거임. 그건 결국 죠고의 가치와 삶을 이해하고 있다는거고.

 

스쿠나에게, 즉 타인에게 인정을 받은 죠고는 눈물을 흘리고 스쿠나는 그것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스쿠나는 그걸 정말로 '모르는게' 아니라 그저 돌아보지 않는거겠지. 타인의 인정은 스쿠나가 추구하는게 아니니까. 오로지 스스로의 성취와 스스로의 가치만을 중요시 여기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스쿠나의 이상이니까 돌아보지 않는거임. 그걸 돌아보는 순간, 타인의 정을 갈구하는 순간 스쿠나의 이상은 무너지고 가치는 훼손되기에 오직 한 방향만을 보고 나아가는 것이 스쿠나가 추구하는 삶이고 살아온 삶인거임.

 

그리고 이건 시부야 마지막에 스스로를 부품이라고 말한 이타도리와 정반대지. 이타도리는 현실과 부딪히는 과정 속에서 결국 이상을 조금씩 내려놓는걸 선택함. 이타도리라는 인간상이 스쿠나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테고. 결국 이타도리와 스쿠나는 추구하는 가치도 정반대고,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현실과 부딪혔을 때 내리는 선택지도 정반대인거임. 물론 이타도리의 가치가 제대로 완성된다면 스쿠나의 방식대로 추구될 수 있음. 타인을 구하고자 하는 것과 타인의 가치에 영향을 받거나 현실에 무너져내리는건 별개니까 ㅇㅇ

 

 

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joosool&no=114811&exception_mode=recommend&search_head=20&pag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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