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콜롬비아 역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런 글을 쓰는게 너무 힘들고 주제넘는 짓 하는거 같아서 콜롬비아에 대한 글은 더이상 안쓰려고했는데 써달라는 사람이 몇명 있어서 어떻게든 뒷부분을 써보려고 했다. 근데 쓰느라 힘들어 뒤질뻔했음.
암튼 이번글에서는 '마약 카르텔화' 되어가는 좌익 게릴라들과 '좌익 게릴라'화 되어가는 마약 카르텔, 그리고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폭주, 그리고 미국의 반응에 대해서 써보겠음.
2021/01/24 - [내글/역사] - 나르코스 시즌 1, 미녀의 천국 콜롬비아가 어떻게 마약 카르텔의 천국이 되었는지 알아보자
위의 글에서 이어지는 내용.
돈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Senor Dinero Pueda Todos - 콜롬비아 격언.
마약상들은 원래 수줍음이 많다.
그들도 자신들의 본질이 범죄자에 불과하다는 것 쯤은 아주 잘 알았고, 남의 관심을 끄는 것이 사업 유지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이 믿는 신은 하느님도 공산주의도 아닌 미국의 달러였고, 달러께서는 마약상들에게 숨을 죽이고 조용히 돈을 끌어모으다가 안정적인 은퇴를 하라고 주문했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마약상들과 좌익 게릴라는 하나도 닮은 점이 없어보였다. 좌익 게릴라는 자신들의 조직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정부를 비난하며 혁명의 당위성을 부르짖었지만, 부자 마약상들은 지하에서 겸손했고, 정부 인사와 접촉할때는 늘 신사다웠으니까.
마약상들은 본래 정치성이 없다. 달러가 부르는 곳이 곧 그들의 정치성향이 되었다. 중남미는 그런 곳이었다. 서로 정적政敵이었던 두 전임 대통령이 퇴임한 뒤엔 밀수꾼으로 다시만나 사업파트너가 되는 그런 곳.
콜롬비아 정부의 우선순위는 늘 좌익게릴라들이었다. 1930년대 이래 촉발되었던 토지 소유권 분쟁은 대폭력시대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긴 FARC, ELN, M-19 등등의 좌익 게릴라-반군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80년대가 되고나서는 나라를 뒤엎어버릴 기세였다. 납치, 암살은 물론이고, 자원 약탈, 민간인 학살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FARC
FARC는 남미 최대의 반군조직으로서, 반미와 좌익정부 수립을 외치며 궐기했다. 이들은 도로와 공공건물을 비롯한 주요 기간시설을 파괴하는 테러공작을 획책하였으며 정부의 주요요인과 민간인들을 가리지 않고 납치하여 몸값을 요구하였다. 이들은 그것도 모자라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자신들의 구역에서 이루어지는 마약 산업에 20퍼센트의 세금을 매겼고 그것을 통해 무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들은 뒷날, 미국이 눈을 뒤집으며 죽어라 까는 마약 게릴라의 전형이 되었다.
ELN
ELN은 마오-마르크스-레닌주의를 표방하는 콜롬비아에서 두번째로 거대한 좌익 게릴라 단체였다. 가톨릭 사제였던 카밀로 토레스(Camilo Torres) 신부가 이들을 이끌었다. "예수가 살아있었다면 게릴라가 되었을 것"이라는 그의 말이 무색하게, 그가 정부군에 의해 사살당한 이후 ELN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그들은 FARC에 비해서는 고전적인 수법을 즐겼는데 그것은 외국인 및 주요 인사 납치 및 고문, 몸값협상이었다. 그렇다고 마약 사업에 뛰어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냥 비중이 달랐다는 것이다.
그들은 또한 석유송유관을 폭파시키는 등 도시하부구조에 대한 테러를 서슴지 않았는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되었다.
반면 마약상들은 그들이 끌어모으는 돈에 비해 있는 듯 없는 듯 쥐죽은듯 조용했다.
1981년 11월, 좌익 게릴라 단체 M-19이 마약 밀매업자 오초아의 여동생을 납치하기 전까지는.
일명 El Gordo 뚱보, 오초아. 그는 집안 대대로 마약밀매에 종사했으며 삼형제 중 둘째였다. 그는 형제들과 함께 코카인 밀매업을 시작했고 이 바닥의 마당발이었다. 그는 미국의 분배 네트워크를 정립했고, 메데인 출신의 파이사였다.
그는 분명 콜롬비아의 코카인 밀수업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존재였다. 그런 그의 여동생(그녀는 대학생이었다)이 대낮에 납치되었다. M-19은 마약상들이 돈이 아주 많은 부자라는것을 잘 알아서 몸값을 노리고 그런 짓을 벌인것이었다.
콜롬비아에서는 돈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혁명을 위한 무장투쟁에는 필시 돈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MAS (납치범들에게 죽음을Muerte a Secuestradores) (납갈죽) 결성.
그리고 오초아의 구원요청에 응하여, 메데인에는 223명의 마약 밀매업자들이 모였다. 그들 대부분이 '파이사' 였다. 그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 채 하나로 단결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 어떤 빨갱이들도 '감히' 마약상을 넘보지 않도록, 그들은 납치범들에게 죽음을 (Muerte a Secuestradores)선고했다. (1981년 12월.)
이전까지 분명 이 마약상들의 위험성이 과소평가되었음이 분명했다. 정말로 콜롬비아에서는 돈이 곧 신이었고, 마약상들의 돈은 마치 혈관처럼 콜롬비아의 구석구석까지 세를 뻗치고 있었다. 돈이 있는 한, 국가는 그들의 편이었다.
마약상들의 뇌물은 콜롬비아 정재계의 다양한 부분에 고루 뿌려졌고, 어느새 콜롬비아의 공식적 경제구조는 지하의 마약 경제에 거의 종속되기에 이르렀다. 콜롬비아 정부는 대외무역수지 적자를 마약밀매로 들어오는 막대한 양의 달러로 땜빵하기 위해 카르텔과 공생했다.
그리고 콜롬비아에서 좌익 게릴라 단체의 조직원들은 죽여도 아무 탈이 없는 존재들이었다.
역사적인 첫번째 전쟁이 시작되었다. 마약상들이 빨갱이를 죽이는 성전聖戰이.
"파블로 에스코바르 이전에 콜롬비아 사람들은 청부살인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했다"
- 콜롬비아의 시사 주간지 <세마나>(Semana)
단연 여기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은 훗날 마약왕으로 불리는 파블로 에스코바르였다. 지금부터는 파블로 에스코바르 개인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보도록 하겠다.
일명 El Doctor 박사 에스코바르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1974년 자동차 도둑질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어느 순간 코카인 밀수업자로 변신해서 1977년 연방경찰관을 살해했고, 1981년 DAS(콜롬비아 FBI)의 메데인 지부장 몬로이 아레나스 소령을 암살한 바 있는 잔혹한 사람이었다.
Plata o Plomo 은이냐 납이냐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세력은 넘쳐나는 돈을 이용해 무장했는데 부패한 경찰과 군인들 덕택에 무기는 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경찰이나 군인들은 늘 낮은 봉급으로 인해 삶이 팍팍했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에 대한 헌신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과 접촉한 에스코바르의 세력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부패하거나, 죽거나.
여기서 죽는 대상은 자신뿐아니라 가족들도 포함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양심이 가족보다 더 소중한 사람은 아마 가족이 없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시카리오
www.youtube.com/watch?v=mXZRB_al3fs&feature=emb_title
Pronto llegará El día de mi suerte
내 운명의 날이 곧 오리라
Sé que antes de mi muerte
나 죽기전에
이전에도 말했듯이 메데인 시는 빈곤했고, 거리에는 실업자들이 가득했다. 어린아이들도 이런 환경에서 자유로울순 없었다.
소년들은 생각했다.
"돈이 인생이다(la plata es la vida)"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 한다 (por plata hago lo que sea)"
"목표물이 누구인지 상관없다(no importa a quien hay que darle)"
그래서 그들은 '파트론' 에스코바르 씨의 하수인들에게 찾아가 충성을 맹세했다. 200달러는 그 아이들이 목숨을 걸기에 충분한 돈이었다. 누구인지는 상관없다. 보스가 시키면, 오토바이를 타고 목표물을 쏴서 죽였다.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그렇게 자신에게 저항하는 몇안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처리해가며 카르텔의 헤게모니를 잡았고, 수많은 법집행기관의 사람들을 포섭하였으며 무장한 카르텔의 병력을 기반으로 무수히 많은 좌익 게릴라들과 그 가족들까지 살해했다.
정부는 당연히 눈을 감았다.
콜롬비아 정부는 마약밀수범죄자들을 인도할것을 요구하는 미국 정부의 요청(내지 협박)을 무시했다.
M-19이 오초아의 여동생을 석방하며 휴전을 애걸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1982년 2월.)
대통령의 길
메데인 카르텔은 미국에서도 마이애미의 쿠바조직을 쳐부수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경쟁 조직 칼리 카르텔은 동시기 마이애미가 아닌 뉴욕을 공략했다.
MAS의 활동을 통해 메데인 카르텔은 지극히 예외적으로 대중에 공개적인 마약 카르텔이 되었다. 마약 카르텔이 일종의 정치 집단으로 변신한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칼리 카르텔만 하더라도 대중에의 노출을 꺼려야한다는 선배들의 조언을 아주 충실히 지키고 있었다.
메데인 카르텔의 스포트라이트, 그 중심에 "Medllin sin Tugurios 빈민촌 없는 메데인!"을 외치는 에스코바르가 있었다.
그는 마약밀매로 벌어들인 셀수없이 많은 재산을 아낌없이 고향에 투자하였다. 에스코바르는 빈민층 1,000여 가구에 무상으로 주택을 제공하였으며 매수한 지역신문에 그 사실을 대문짝만하게 실어서 본인을 홍보했다.
살인마는 그렇게 메데인의 로빈훗이 되었다.
여세를 몰아 그는 정계에 진출했다. 1982년 그는 자유당의 예비국회의원으로 선출되어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하기 시작하는데, 1983년 8월, 법무부장관 라라 보니야는 성공가도를 달리던 에스코바르의 정치인생을 끝장내버린다.
법무부장관은 의회에서 공개적으로 출처가 불분명한 에스코바르의 선거자금에 초점을 맞추어 이 마약밀수꾼을 맹비난했고 그에 발맞춰 콜롬비아 일간지 El Espectador는 에스코바르가 1976년 코카인 밀매사건으로 체포된적이 있었음을 폭로하였다.
이 연타석 공격으로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결국 국회의원 옷을 벗어야만 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메데인 고등법원판사 구스타보 줄루아가 세르나는 1977년의 연방요원 살해사건의 용의자로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지목,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일생의 꿈이 박살나고 한순간에 현상수배범으로 전락해버린, 막대한 양의 달러와 무장단체를 가진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무슨 짓을 벌일지 대충 짐작이 가는가?
마약 테러의 시대의 개막
1984년 4월, 법무부 장관 라라 보니야는 오토바이를 탄 정체를 알 수없는 괴한들에 의해 암살당했다.
에스코바르가 법무부장관을 죽이자마자, 콜롬비아 정부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곧바로 계엄령을 선포했다. 마약 카르텔과 더이상의 동거는 없다는 신호였다. 메데인 카르텔은 이제 마약 테러단체가 되었고, 본격적으로 정부와 전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메데인 카르텔은 확실히 선을 넘었다.
아 어느 타이밍에 넣어야할지 모르겠어서 지금 언급하자면, 뒷날의 일이긴하지만 방금전 '정치인 에스코바르'의 앞을 조금이라도 막아섰던 의인들은 전부 끝이 좋지 못했다.
1986년, 에스코바르의 체포사실을 폭로했던 용감한 일간지 El Espectador의 편집국장이 살해되었고, 1989년 사옥 건물이 폭발했다.
1986년 10월에는, 에스코바르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던 고등법원판사 구스타보 줄루아가 세르나 또한 살해당했다.
이때는 이미 한창 마약 전쟁중일때였다.
마약 빨갱이
잠깐 카메라를 미국으로 돌려보자. 마약을 생산하는 곳 만큼 소비하는 곳 또한 중요하니 말이다.
1984년 6월, 콜롬비아에서 파블로 에스코바르에 의해 법무부장관 로드리고 라라 보니야가 암살당한지 채 두달이 지나지 않았을 때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기자 회견을 열어 충격적 사진들을 늘어놓았다.
그것은 파블로 에스코바르, 호르헤 루이스 오초아, 호세 곤살로 로드리게스 가차를 비롯한 메데인 카르텔의 수뇌와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 세력이 한 컷에 잡힌 사진이었다. 공산주의와 마약이라는 두 악의 상징이 연결되는 성스러운 순간의 장면이었다. 이 사진이 조작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지금까지도 논쟁중일만큼 말도안되게 많은 거물들이 한번에 찍혔다. 결국 산디니스타가 메데인 카르텔과 정말 손을 잡았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산디니스타가 카르텔과 손을 잡을만도하고, 미국이 조작을 했을만도 하다. 어느쪽이든 말이된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별로 의미가 없을지도
그런데 산디니스타란 무엇인가?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이란 니카라과에서 ('우리 개새끼'로 유명한 소모사 독재정권에 대항하여)혁명을 통해 정권을 잡은 좌익 게릴라 단체였다.
미국은 이 '빨갱이' 정부가 싫었다. 애비 소모사와 새끼 소모사는 분명 개새끼들이었지만 '우리 개새끼'들이었다. 레이건 행정부는 이 개새끼들의 영토를 날름 쳐먹은 산디니스타를 콘트라 반군이라고 통칭되는 우익 성향의 두 개의 민병대(FRS, 산디노 혁명전선. 훗날 ARDE로 진화. FDN, 민주니카라과군)를 이용해 대신 쳐죽여버리고 싶었는데, 본격적으로 이들 반군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투표가 있어야 했다.
(왜 '본격적으로'라고 했는지는 다음편에 설명하겠음)
그런 타이밍에 레이건에게 이 사진은 정말 가뭄에 단비같은 것이었다. 여론을 조성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반면, 월남전에도 참전했던 퇴역군인이었으며 한때 메데인 카르텔과 일하는 밀수꾼이었던 베리 실에게 이 사진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이 사진은 CIA가 그의 비행기에 숨겨둔 카메라에 의한 것이었다.
그는 미국 정부와 문제가 생겨 감옥에 가는 대신, 최근에 마약 카르텔로부터 전향하여 미국 마약단속국 DEA의 정보원이 된 참이었다. 그는 미국에 마약을 밀수했던 밀수꾼이었지만 그 딜 덕분에 정말로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대신 다른 곳에 가게 되었지만.
그는 미국 정부를, DEA를 믿었을 것이다. 적어도 자국의 정보원을 이런식으로 내팽개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베테랑 조종사라도 비행기 사고에서 안전할 수는 없는 법이다.
DEA 또한 메데인 카르텔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라도 정보원을 보호하고 싶었을 것이다. 사진 유출에 가장 황당해 했던 것은 DEA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사실 적은 메데인 카르텔도, 빨갱이들도 아니었다. 적은 내부에 있었다.
아무튼, 사진이 대중에 공개된 이상 그의 목숨은 시한부나 다름없었다.
결국 그는 1986년 2월 루이지애나 배턴루지에서 메데인 카르텔 킬러에 의해 살해당했다.
사진 유출에 책임이 있던 군인들과 CIA 관련자들은 베리 실의 죽음에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라도 느꼈을까? 아니면 밀수꾼 하나를 갖다 버리는 대가로 콘트라 반군 지원의 여론을 조성할 수 있으니 제법 괜찮은 애국의 길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런데, 그들은 정말로 베리 실과 자신들이 다르다고 생각했을까? 마약 게릴라, 마약 테러리즘, 마약 빨갱이, 등등등 마약에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 반공을 부르짖었던 그들은 정말로 그런 이야기를 할때 찔리는 게 없었던 걸까?
1986년 3월 경부터 FBI는 CIA가 이미 오래전부터 콘트라 반군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는 정황증거를 포착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었고, 법무부는 FBI의 수사를 '컷'했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렀다.
1986년 10월, 공교롭게도 베리 실이 줄곧 타고 다니며 황금빛 밀매루트를 누비곤 했던 그 C-123 수송기는 무기를 가득 실은 채(이쯤되면 그 무기가 어떤 용도였는지 대충 짐작가는가?) 베리 실이 암살당한지 약 7개월만에 산디니스타에 의해 격추되었다.
즉사한 조종사와 부조종사와 달리 유일하게 살아남은 유진 하젠퍼스라고 불리는 어느 미국인 '키커'(화물을 발로 차주는 일을 담당하는 승무원)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CIA에 의해 고용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정국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FBI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수사를 시작하려 했고, 올리버 노스 중령은 FBI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더이상의 조사를 하지 말라는 전화였다. FBI의 합리적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레이건 행정부를 탄핵의 위기까지 몰아넣은 이란-콘트라 사건이 시작되었다.
***
다음번에는 본격적으로 중남미를 마약의 소용돌이로 만든 실질적 원흉들과 점점 더 격화되는 콜롬비아 마약 내전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참고문헌
조성권, 김원중, 유병호 (2011). 조직범죄의 국가에 대한 도전. 중남미연구
차경미 (2017). 21세기 라틴아메리카의 폭력과 평화. 국제언어문학
사이먼 하비, 『밀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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