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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많은 고인류학자들이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를 서로 다른 종으로 구별한다는 사실을 먼저 언급해야겠습니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수십만 년 간 서로 격리되어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고, 해부학적으로 명백히 구별되었으며, 생활양식도 달랐습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엄밀한 의미의 종 개념' 이라는 게 과연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것이 존재한다고 치면 분명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생물학적으로 같은 종입니다.
같은 지역에 살던 같은 종이 어떤 이유(압력)에서든 서로 다른 지역으로 분산되자마자, '유전적 부동'과 '돌연변이'로 인해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분산된 집단들끼리 생식적 격리가 오랜 세월 이루어질 경우, 집단들끼리의 유전적 차이를 심화시키며 마침내 다른 종으로 갈라지게 됩니다. 이것이 '종 분화'입니다.
'생물학적 종' 개념에 따르면 종 분화가 이루어진 경우 이종간의 교배가 불가능해지거나 자손을 남기더라도 그 자손의 생식력이 없다고 봅니다.
네안데르탈인은 과거 형태학적 분석에 의해서 해부학적 현생인류(AMH)와 명백한 이종으로 분류되었으며, 고유전체 분석결과 또한 지속적으로 이를 뒷받침해왔습니다. 그들은 외모로보나 유전자로보나 명백히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게 본래의 정설이었습니다. 더욱이 그들의 유골이 출토되는 지역은 그들이 갈라져나온 아프리카 종 공장의 모집단에 비해 그들이 추운 지역에 성공적으로 적응했음을 암시했습니다. 오랜 세월의 생식적 격리가 분명 그들의 종 분화를 이끌었을 겁니다.
그러나 비교적 온전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이 추가로 발견된 뒤, 더 발달한 유전자 연구에 힘입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사람들(0.3%)에 비해 유라시아인들에게서 명백히 더 많은 (1~4%) 비율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체가 새로이 발견된 것입니다. 최근의 연구는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난 이후 대략 4~5만년 전 사이에 유라시아 전역에서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과 교배해 후손을 남겼을 것으로 봅니다.
교배가 주로 이루어진 시기가 매우 최신이기에, 이는 충격적인 사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은 북위 50도의 제약을 끊어낸 추위 특화종이었고, 분명 오랜 세월(길게는 대략 70만년 전 ~ 5만년 전) 아프리카 종 공장의 원산지 출신 호미닌들과 생식적 격리를 이루어냈습니다.
그리하여 수십만년에 걸친 격리 끝에 그들의 생김새와 정서는 분명 가장 이르게 잡아도 27만년 전에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벗어나기 시작한 해부학적 현생인류(AMH)와는 명백히 달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제약을 뚫고, 생식적 격리와 형태학적 차이를 무시하고, 결국에는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 사이의 역사적인 교배가 시도되었고, 또 분명 일부는 후손을 남겼던 것입니다.
그래서 호모속 호미닌들 사이의 교배에 있어서는 마치 생식적 격리와 생물학적 종 개념이 다소간 무시되는 것 같아보인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은 그 때문에 우리와 명백히 다른 종이면서도, 어쩌면 같은 종이기도 한 알쏭달쏭한 관계에 있습니다.
이는 에른스트 마이어의 생물학적 종개념이 일단은 70년도 더 전에 정의되었기 때문에, 발달한 현대 생물학의 연구결과와는 다소 엄밀하게 들어맞지만은 않는 데에서 오는 문제라고 할 수도 (종 분화가 언제나 연속적인 과정의 일환으로 벌어진다는 사실과 고리종의 존재는 사실 애초에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과 같이 서로 가까운 사이에 있는 두 근연종을 언제나 무 자르듯 정의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아니면 호모속 호미닌들에 있어서는 종분화가 다소 느리게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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