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독서 갤러리]

 

1편에서는 이 분야에서 많이 읽는 교과서 같은 책들을 추천했었다. 이번에는 세부 주제에 집중해서 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술을 둘러싼 수많은 분석들이 있고 그것을 한 개인이 모두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추천 또한 매우 협소한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진다. 앞서 미술사, 방법론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책들을 추천했다면 이번 글은 80년대 이후 미술사 연구 경향 + 내 취향에 맞는 책들임

 

끝으로 이 글은 정석 코스도, 반드시 읽어야 하는 명저의 모음도 아닌 개인의 독서 이력일 뿐이다. 그저 내가 재밌게 봤던 책들을 공유하는 의미에서 작성한 글이니 독서목록을 공유하는 차원으로만 봐주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봤던 책들을 같이 알려주면 더 좋고. 혹여나 이 글을 진지한 공부를 위한 출발점으로 찾고 싶다면 추천한 책들보다 책 뒤편에 적힌 레퍼런스들을 유심히 살펴보는게 더 도움이 된다.

 

 

 

1. 미술의 사회사

 

1
2

빅토리아 알렉산더, 예술사회학(2010) / 오스틴 해링턴, 예술과 사회이론(2014) 

 

아놀드 하우저의 명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이후 예술을 독립적인 무엇으로 보는 것이 아닌 정치, 사회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무엇으로 보는 관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연구가 진행되며 단순히 예술이 사회를 반영하기만 한다는 단편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사회와 예술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심지어는 특정 이데올로기의 작동에 관여한다는 연구들이 등장했다. 이러한 흐름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미술사가 더 이상 도상학과 같은 과거의 방법론에만 머물 수 없다는 것. <예술사회학>과 <예술과 사회이론>은 미술사가 사회학, 철학과 조우한 오늘날의 상황을 대변하는 대표적 저서들이다. 두 개의 저서 모두 동일한 성격을 공유하고 있기에 어느 쪽을 봐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함. 다만 개인적으로 평이하게 읽혔던 것은 <예술사회학>쪽이었는데 저자 본인이 썼듯이 이 책이 대학 강좌를 보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필된 책이고 무엇보다 각 주제별로 다양한 사례 연구가 있어서 이해하기가 훨씬 편했다. 반면 <예술과 사회이론>은 시작부터 부르디외를 깔고 들어갈 정도로 어려운 학자, 개념들의 향연이 벌어지는데 물론 그렇다고 아예 덮어놓고 전문 지식을 나열하는 그런 책은 아니니 도전할 가치는 충분하다. 자신이 철학, 사회학의 문법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생각하면 후자를 읽는 것도 괜찮은 선택인 듯. 두 책 모두 실제 미술 관련 학과의 강의계획서에 올라온 것을 본적이 있으니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함. 다만 두 책 모두 하나의 주제를 심도 깊게 다루는 것이 아닌 예술과 사회를 둘러싼 여러 가지 논제들을 잡다하게 늘어놓고 이에 대해 간략하게 해설하는 형식의 책이라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에는 부족한 책들이다. 한 마디로 교과서 같은 책.

 

 

 

2. 시각문화연구

 

3

베른트 슈티글러 외, 보는 눈의 여덟 가지 얼굴 - 시각과 문화 : 당신은 누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가(2015)

 

70-80년대 미술사에 벌어진 일련의 새로운 물결들 중 ‘고급예술’뿐만 아니라 TV 광고, 포스터,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시각 매체들을 연구하는 분야가 성행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시각문화연구라는 경향임. 이 경향은 오늘날까지도 XX문화연구소라는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여러 연구자 집단의 이론적 근간이 되며 이미지에 진지한 성찰의 칼을 들이대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도구를 제공해주었음. 국내에 이런 경향을 대표하는 책은 이 분야의 대표 연구자이자 (사실상) 창시자인 키스 먹시의 <이론의 실천>, <설득의 실천>이 있음. 그러나 키스 먹시의 책은 기호학과 구조주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다면 쉬이 읽히지가 않기에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한 문단도 이해가 안가면 나중에 도전하기를 추천함. 대신 여기에는 그 대안으로 입문서격인 <보는 눈의 여덟 가지 얼굴 -시각과 문화 : 당신은 누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가>를 먼저 보는 것을 권함. 이 책은 20세기 후반 시각문화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새로운 경향들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임.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서 보는 것이 생리적인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인 구성물인지 따지거나,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통해서 매체의 디지털화가 시지각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거나, 국가가 시각적 장치를 통해서 어떻게 개인을 통제하는지 등 문화 그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꽤나 흥미롭게 읽을만한 소재들이 가득하다. 또한 이 책은 문화 연구에 관심은 있는데 내가 정확히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너가 만약에 “모든 인류가 생리학적으로 동일한 눈을 가졌다고 해서 보는 것도 동일할까?”류의 의문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 2, 5장을 찍고 에르빈 파노프스키의 <상징형식으로서의 원근법>이나 보다 더 어려운 할 포스터 편 〈시각과 시각성〉을 읽어라. 다만 후자의 경우 각 꼭지별로 난이도 편차 상당하니 주의. 만약 너가 영화, 게임 등을 시각문화에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면 4, 8장을 찍고 레프 마노비치의 〈뉴미디어의 언어〉나 올리버 그라우 편 <미디어 아트의 역사>를 읽어라. 이렇듯 확장성이 있는 책이기에 유용하게만 쓴다면 재밌는 가지 뻗기가 가능함. 이렇듯 장점이 많은 책이지만 단점도 없는 것은 아닌데 아무래도 다수의 필자가 쓴 글이고 번역자들 또한 다수(추측컨대 석박사 스터디용으로 번역한걸 다듬어 출판한듯)라 퀄리티가 좀 천차만별임은 감안해서 봐야함.  

 

 

 

3. 예술과 후원

 

4
5

 

나주리 외, 메세나와 상상력 - 근대 유럽의 문학과 예술 후원(2017) / 정병삼 외, 새로 쓰는 예술사 - 한국문화 이천년을 이끈 예술후원자들(2014)

 

예술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맥락에서 후원은 오랫동안 학자들의 관심거리였다. 동서양, 국가와 개인, 시기를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예술 후원은 과거 예술가 = 자유로운 천재, 고독한 예술가라는 낭만주의적 예술가상을 반박하는 주된 논거 중 하나로 활용되었다. 특히 사회사의 관점에서 미술을 바라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후원은 단순히 금전적 후원을 넘어 예술가의 창조성을 추동하고 새로운 시대의 미술을 배태한 무엇이라 여겨졌다. 한국에서 후원에 대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연구 방향은 대중 수준의 서적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선 서양의 경우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를 거치며 등장한 특정 가문의 후원이나 국가 단위의 후원 혹은 가톨릭의 예술 후원이 주된 관심사였다. 이러한 관심의 연장선으로 나온 책 중 하나로 <메세나와 상상력 - 근대 유럽의 문학과 예술 후원>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문학 부분은 문외한이라 미술 부분만 집중해서 읽었었다. 국내에 나온 서양 근세의 예술 후원 관련 저서들 중 가장 괜찮은 책. 다만 문외한이 읽기에 몇몇 글은 수준이 조금 떨어진다고 느껴졌다. 한국미술사의 경우 꽤나 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었던 것은 <새로 쓰는 예술사 - 한국문화 이천년을 이끈 예술후원자들>였다. 이 책은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예술을 후원했던 인물들을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평전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중간 중간 보이는 비범한 에피소드들이 꽤나 재밌어 소설 읽듯이 술술 넘겨지는 그런 책이었다.  

 

 

 

4. 미술 개념의 변천과 존재론

 

6
7

메리 앤 스타니제프스키,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2011) / 래리 샤이너, 순수예술의 발명(2015)

 

과거 인터넷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온 “요즘 현대 미술”이라는 조롱글부터 최근의 조영남 사건까지 미술은 그것의 본질을 둘러싸고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그때마다 댓글에는 항상 미술과 미술 아닌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나름의 생각들이 올라왔었는데 위의 책들은 그런 질문에 대해 나름의 답변을 제시한다.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는 추상 미술, 넓게 말해 모더니즘 미술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순수 미술이라는 개념 자체를 따져 들어가는 방식으로 살펴본다. 가령 디세뇨 개념을 통해서 창작자의 아이디어와 조수의 작업이 분리되는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가 작품이 되는 과정을 설명하거나 수공예와 미술이 분리를 통해 순수예술이 탄생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식이다. 이렇듯 미술이 탄생할 수 있었던 제반조건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봄으로써 미술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를 도모하는 책이다. 평이하게 읽히는 <이것이 미술이 아니다>에서 해당 주제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면 보다 도전적으로 읽을만한 래리 샤이너의 <순수예술의 발명>도 좋은 선택. 이 책은 전자와 동일한 주제를 공유하고 있지만 그 범위가 미술에 한정된 것이 아닌 예술 전범위에 걸쳐져 있으며 제시하는 논증들도 보다 치밀하다. 특히 이 책은 과거 예술에 관한 담론에서 예술이 근대 서양의 고유한 발명이라는 폴 크리스탤러의 1951년 논문(「예술의 근대적 체계The Modern System of the Arts」)을 반박하는 글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흥미진진하다. 다시 말해, 예술이라는 것이 결코 근대 서양의 독자적 발명이 아니며 전세계에 걸쳐 우리가 제의적, 상징적 역할로만 머무른다고 여겨진 공예품에도 예술의 미적, 감각적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5. 문인화, 산수화 연구 

 

8
9

수잔 부시, 중국의 문인화(2008) / 마이클 설리반, 최상의 중국 예술 : 시.서.화 삼절 (2015) 

 

동양 미술사 연구에 있어 문인화는 핵심적인 연구대상임. 특히 중국과 한국에서 문인화는 사농공상의 신분적 구분에 따라 직업화가보다 훨씬 더 높은 지위를 누리고 있었기에 이들에 대한 연구가 사실상 동양미술사의 주류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전공 단위에서 문인화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자 보는 책은 갈로가 쓴 <중국회화이론사>인 듯. 하지만 개인적인 감상에 이 책은 지나치게 어려워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쉬이 읽히지가 않았다. 그 대안으로 선택한 수잔 부시의 책 <중국의 문인화>는 저자의 박사 논문을 저본으로 해서 내용과 도판을 보강한 문인화 입문서라 나름 잘 읽혔다. 나온지 꽤 오래 되었고(거의 반세기가 넘은걸로 알고 있음) 그만큼 업데이트 해야 할 내용도 많지만 교양의 단계에서는 이 정도의 지식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하다. 특히 첫 장에서 설명하고 있는 문인화의 정의와 범위는 아무리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부족하지 않은 중요 논의라고 생각함. 다만 이쪽 분야의 고질적인 문제가 중국 고전시가 인용문으로 꽤 많이 나온다는거. 심지어 그게 단순 살붙이기가 아니고 아주 중요한 논거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쪽 독서에 별 취향이 없는 사람은 고역이다. 만약 수잔 부시의 책이 너무 오래되어 보다 최근의 논의를 찾고 싶은 사람들은 조송식 선생님이 쓴 <산수화의 미학 - 누워서 노닐다 그리며 노닐다>도 탁월한 선택임. 다만 이쪽은 문인화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살피는 부분이 거의 없어서 이 부분은 따로 보충해서 읽어야 한다. 한편 마이클 설리반의 책 <최상의 중국 예술>은 동양 미술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시, 서, 화의 조화에 관한 글임. “중국 사람들은 그림에 무엇을, 왜 썼는가?”라는 저자의 물음에 자문하는 형식의 글인데 100페이지 안돼는 짧은 분량에 컬러 도판이 풍부해서 오고가며 가볍게 보기 좋은 책이었다. 그렇다고 내용이 가벼우냐면 그것도 아닌게 이 책에는 시, 서, 화의 조화를 단순히 형식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정신의 표현이자 말과 이미지의 결합이 중국 미학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설명하고 있다. 동양 미술에 별로 관심이 없더라도 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추천하는 책임.  

 

 

 

6. 풍경화와 그 역사

 

10
11

마르틴 바른케, 정치적 풍경(1997) / 마순자, 자연, 풍경 그리고 인간(2003)

 

2010년대 이후 인류세 연구와 사회 생태학의 발전은 자연을 그린 풍경화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이러한 관심들은 복잡한 이론들을 기반으로한 여러 저서들을 탄생시켰지만 번역된 책도 별로 없을뿐더러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책 투성이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 풍경화 그 자체를 먼저 이해하고자 여러 책을 찾았는데 이를 위해 읽었던 책이 마르틴 바른케의 <정치적 풍경>과 마순자의 <자연, 풍경 그리고 인간>이었음. 두 책 모두 현재 절판되어서 구매하기엔 쉽지 않지만 풍경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야할 책이라고 생각함. 마르틴 바른케의 책은 풍경화가 단순히 자연을 모방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그리는 화가 혹은 후원자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다고 분석함. 이를 위해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풍경화들을 통해서 풍경의 이면에 담긴 정치, 사회적인 의도를 추적하는데 각 챕터별로 꽤나 흥미로운 분석도 있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도 해서 오래된 책임에도 즐겁게 읽었음. 다만 이 책은 풍경화에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하기 보다는 정치적 풍경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시대별 작품을 분석하는 것에 가까워 제반 지식이 충분히 있는 상태에서 읽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음. 만약 풍경화 그 자체를 학문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한테는 마순자 선생님의 책을 추천. 아주 딱딱하게 고전주의 풍경화의 기원부터 오늘날 풍경화의 양상까지를 통사적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특히 풍경화를 공부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난관인 미학적 개념들에 대한 설명들이 탁월하다. 국내에 서양풍경화를 단독으로 다루는 단행본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이것 말고 볼 책이 없다는 점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있는게 어디라는 심정으로 봐야 할 듯.  

 

 

 

7. 교섭사

 

12
13

마이클 설리번, 동서미술교섭사(2013) / 한정희, 동아시아회화교류사(2012) 

 

과거 미술사 연구는 일국사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경향이 강했다. 약간의 영향관계를 제시할지언정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했고 관련 연구자 또한 많지 않았음. 하지만 역사학과 마찬가지로 미술사에도 교류사의 관점에서 미술의 양태를 설명하는 방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동양미술사 분야에서 한중일 삼국의 미술을 비교 연구하는 경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위에서 소개하는 두 권은 그러한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저서임. <동서미술교섭사>의 저자 마이클 설리번은 영미권에서 이쪽 분야로 명성을 얻은 학자 중 한 명임. 16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시기까지 동서양의 미술이 어떤 교류 양상을 띠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대중교양서에 가까운 책이라 아주 쉽게 읽힌다. 게다가 인터넷으로 구하기 힘든 컬러 도판들이 다수 포진해있어 흥미롭게 읽기 좋다. 특히 이 책은 동양근대미술사에 대한 상세한 지식을 제공하는데 한국에 관련 저서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책 한 권은 귀중한 정보의 보고가 된다. 한정희가 쓴 <동아시아회화교류사>는 주로 근대 이전의 미술 교류 양상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 또한 일반인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도판들과 정보가 있어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논문집에 더 가까워서 딱딱하게 읽혔다. 

 

 

 

8. 건축사

 

14
15

케네스 프램튼, 현대 건축 : 비판적 역사(2017) / 김동욱, 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 - 동아시아 속 우리 건축 이야기(2015)

 

통섭이란 말이 이제는 진부한 무엇으로 바뀌었지만 강단에서는 여전히 견고한 학문적 벽으로 학제 간 연구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현실에서도 서로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름의 공동연구를 실천하는 분야가 있는데 건축과와 미술사학과가 건축사라는 공통분모로 모이는 것이 그 사례 중 하나일거라 생각함. 건축과 학생들이 건축사를 배울 때 어떤 책을 읽는지는 잘 모름. 하지만 미술사의 영역에서 많이들 추천 하는 책으로는 케네스 프램튼의 <현대 건축 : 비판적 역사>가 있다. 다만 이 책은 무조건 추천하기가 조심스러운데 <곰브리치 서양미술사>를 추천했을 때와 같이 저자가 특정한 사상을 강하게 내세우는 인물이기 때문. 즉, 저자 케네스 프램튼은 건축사, 건축 비평에서 자하 하디드, 프랭크 게리 등으로 대표되는 외양의 스펙타클에 치중한 건축물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음. 또한 그런 건축들이 종국에는 후기 자본주의의 상품화를 모방, 추동 한다고 보고 있음. 이런 시선은 그가 건축의 역사를 개괄하는데 있어서 건축의 정치, 사회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건축이 제시하는 사회 비판적 시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드러나고 있음. 하지만 이런 점을 제외하고 단순히 사실의 나열과 서술의 유려함으로 따지자면 그의 책은 분명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또 책이 다루는 범위와 작품 예시가 워낙에 광범위해서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20세기 건축사의 흐름이 한 눈에 잡힌다는 느낌이 들 정도임. 다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책이 다루는 건축과 이론의 방대함에 반해 도판은 태부족이라고 느꼈다. 한편 김동욱의 저서는 현대 건축이 아닌 동아시아의 전통 건축의 이모저모를 대중 수준에서 풀어쓴 책이다. 저자가 이 분야에서는 워낙 유명한 저술가이기에 믿고 사는 편이지만 특히 이 책의 경우 한중일 삼국의 건축을 비교하면서 전통 건축에서 중요한 여러 형식적인 요소들을 알기 쉽게 풀어 써줬다는 점에서 가볍기 읽기 좋았다. 도판 또한 매우 빼곡하게 박혀 있어서 쉴새없이 등장하는 건축 전문 용어에 헤메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음. 

 

 

추천은 여기까지임.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빠져있는데 이는 이 분야가 그런것이 아닌 나의 독서 경력이 짧은 탓임. 그런건 아마 해당 분야 전공자들에게 문의한다면 보다 풍부한 읽을거리들을 알려줄거라 생각함.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추천목록요약 

 

입문과 독법서

나데주 라네리 다장, 아트 오브 페인팅 : 그림, 그 내밀한 세계의 문을 열다(2008)

데브라 J 드위트 외, 게이트웨이 미술사(2017)

실반 바넷, 미술품 분석과 서술의 기초(2006)

앤 델리바, Look! 미술사 입문(2012)

테리 바렛, 미술비평, 그림 읽는 즐거움(2004)

 

미술사 개론서

캐롤 스트릭랜드, 클릭, 서양미술사(2010)

에른스트 곰브리치,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2003)

양정무,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2016)

한동수 외, 동양미술사(2007)

제임스 캐힐, 중국회화사(2002)

안휘준 외, 한국미술의 역사(2003)

장기훈 외, 클릭, 한국미술사(2011)

김리나 외, 한국불교미술사(2011)

윤용이, 우리 옛 도자기의 아름다움(2007)

조주연, 현대미술강의(2017)

 

예술 총서류

시공아트 시리즈

한길아트 Art & Idea 시리즈

열화당 미술책방 / 현대미술운동총서

마로니에북스 Taschen 베이직 아트 총서

 

방법론

로리 슈나이더 애덤스, 미술사 방법론(2014)

마이클 해트 외, 미술사 방법론(2012)

제럴드 레빈슨, 미학의 모든 것(2018)

 

미술의 사회사 

빅토리아 알렉산더, 예술사회학(2010)

오스틴 해링턴, 예술과 사회이론(2014)

 

시각문화연구

베른트 슈티글러 외, 보는 눈의 여덟 가지 얼굴 - 시각과 문화 : 당신은 누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가(2015)

 

예술과 후원 

나주리 외, 메세나와 상상력 - 근대 유럽의 문학과 예술 후원(2017)

정병삼 외, 새로 쓰는 예술사 - 한국문화 이천년을 이끈 예술후원자들(2014)

 

미술 개념의 변천과 존재론 

메리 앤 스타니제프스키,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2011)

래리 샤이너, 순수예술의 발명(2015)

 

문인화, 산수화 연구 

수잔 부시, 중국의 문인화(2008) 

마이클 설리반, 최상의 중국 예술 : 시.서.화 삼절 (2015) 

 

풍경화와 그 역사

마르틴 바른케, 정치적 풍경(1997) 

마순자, 자연, 풍경 그리고 인간(2003)

 

교섭사

마이클 설리번, 동서미술교섭사(2013) 

한정희, 동아시아회화교류사(2012) 

 

건축사

케네스 프램튼, 현대 건축 : 비판적 역사(2017) 

김동욱, 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 - 동아시아 속 우리 건축 이야기(2015)

 

p.s 혹시 여기에 나열된 책들보다 더 깊이 있고 도전적인 독서를 원하는 사람들은 댓글 달아주면 원서 제외하고 이 분야에서 그런 논의를 하는 연구자들의 목록과 저서를 말해줄 수는 있음. 하지만 그들의 저작을 내가 읽어보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기에 내용, 번역, 가독성 등에 대해서 어떠한 말도 해줄 수 없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eading&no=177371 

 

2022.11.26 - [영화] - 영화 입문용 책들 - 정성일이 추천하는 10권의 시네필 안내서

 

영화 입문용 책들 - 정성일이 추천하는 10권의 시네필 안내서

[시네필 안내서] 10권의 책 이번에는 영화(에 관한) 책을 읽을 차례이다.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하나는 교과서에 해당하는 책은 일단 피할 생각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누구나 말하는 데이비드

sickstarfiresun.tistory.com

2022.11.26 - [外界] - 위스키 및 기타 주류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들 9권

 

위스키 및 기타 주류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들 9권

1. 위스키 도해 - 일본의 위스키 레전드 츠치야 마모루가 쓴 위스키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서 페이지 구성이 좌측은 글, 우측은 PPT같은 (진짜 보면 저렇다 ㅋㅋ) - 글자가 매우 적고, 그림이 매우

sickstarfiresun.tistory.com

2020.12.28 - [外界] - 서양사에 대해 알고싶은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독서 갤러리]

 

서양사에 대해 알고싶은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독서 갤러리]

독서 갤러리 펌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eading&no=195739&search_pos=-189914&s_type=search_subject_memo&s_keyword=%EC%84%9C%EC%96%91%EC%82%AC&page=1 이 글은 서양사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름의 가이드

sickstarfiresun.tistory.com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