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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갤러리]

 

이 글은 미술에 관심은 있지만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름의 주관적 가이드를 제시하기 위한 글임

 

알다시피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에 정답은 없음. 그러니 추천하는 책들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라기보단 개인의 독서이력을 공유하는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자신이 읽은 책을 댓글에 추천해주면 더 좋고...

 

미술에 관한 책을 추천할 때 각자 선호 분야가 있겠지만 본인의 짧은 독서 이력으로 일단은 미술사와 방법론이라는 두 가지 주제에만 집중했음을 먼저 밝힌다.

 

 

0. 들어가기

 

서양미술사 개론서로 널리 알려진 곰브리치, 잰슨의 미술사를 밑줄쳐가며 꼼꼼히 읽고 미술관에 들어가면 의외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맞지 않는 경우를 보게 될 것이다. 이런 사태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미술을 감상하고 분석하는 방식을 위의 책들에서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이라 본다. 다시 말해, 미술의 역사에 작품을 끼워맞출순 있을지언정 정작 내가 스스로 작품을 분석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은 길러지지 않는다는 것. 아래의 책들은 그러한 작품을 보는 눈, 다시 말해 작품을 독해하는 법을 설명한 일련의 책들이다.

 

 

1

나데주 라네리 다장, 아트 오브 페인팅 : 그림, 그 내밀한 세계의 문을 열다(2008)

 

전통적인 영미권의 학제에서 미술사학과 1학년 학생들은 개론이라는 이름하에 형식, 내용, 매체, 구성 따위의 작품의 기초적 요소들을 배우는데 그런 것을 한 권으로 압축한 책이 바로 <아트 오브 페인팅>임. 만약 뒤에서 제시할 여러 책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부담스럽다면 이 책은 좋은 선택이다. 미술을 보는 방법부터 시작해 그것의 역사를 짧은 페이지에 잘 요약해서 설명했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정리하며 공부하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도판도 꽤나 훌륭하고 챕터 중간 다루는 주제들을 하나의 작품을 이용해 설명하는 부분도 좋았음. 다만 이 책은 개인적으로 사서 보는건 추천하지 않는데 제본 상태가 엉망인지 책 중간이 갈라지고 편집부에서 교정교열을 엉망으로 봤는지 군데군데 오탈자가 있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내용 자체는 매우 훌륭함

 

 

2

데브라 J 드위트 외, 게이트웨이 미술사(2017)

 

소위 미술독법서가 과거 한국에서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한국에 이러한 형식의 책들이 널리 알려진 것에는 <게이트웨이 미술사>의 출간 소식이 큰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함. 이 책은 위에서 소개했던 미술의 여러 구성요소들을 보다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임. 더구나 흔히 방법론의 카테고리에 묶이는 미술사회사, 페미니즘 미술사 등의 특정 주제들을 개별 챕터를 할애해 매우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가격 부담만 제외하면 미술 관련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과거 미술전공자들 사이에서 <미술의 이해>(지금은 중고로도 구하기 어렵지만 도서관에는 꼭 1권씩 있는듯)라는 매우 두꺼운 책이 비슷한 역할을 했는데 그것을 좀 더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꾸고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서 서술한 느낌임. 만약 금전적인 여유가 된다면 <아트 오브 페인팅> 보다 이 책을 추천함

 

이렇게 미술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부분 외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미술 관련 입문서들도 존재함. 아래에서 소개하는 책들은 이 분야 전공자들이라면 어깨너머라도 들어보았을 실전 가이드북 같은 책임

 

 

3

실반 바넷, 미술품 분석과 서술의 기초(2006)

 

이른바 빨간책. 이 책의 강점이라 한다면 미술품을 어떻게 봐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런 감상을 어떻게 글로 옮겨 적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도 있다는 것이다. 즉, 작품 분석, 미술 작품에 관한 글쓰기, 미술 작품을 텍스트에서 인용하는 방법 등의 전공자들이 알아야 하는 실용적인 지식을 소개하는 책임. 대학원생들이 많이 들어보았을 움페르토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방법>, 김기란의 <논문의 힘>과 같은 논문 작법서의 미술사학판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전공자들에게만 유용한 것이냐고 하면 그건 아님. 책의 성격을 보아도 알 수 있듯 이제 막 미술에 관한 학문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지침을 제공하기 위한 책이기에 미술에 대해 이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도움이 되는 조언들이 많다.

 

 

4

앤 델리바, Look! 미술사 입문(2012)

 

위에 제시한 책들이 여러모로 부담스럽다면 앤 댈리바의 책도 좋은 선택이다. 이 책은 앞서 이야기한 작품 독법+미술작품 글쓰기를 간략화한 포켓북이라 할 수 있는데 200페이지 내외의 짧은 분량을 자랑하기에 들고다니면서 읽기엔 이만한 책이 없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각 작품을 어떻게 분석하면 좋을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 가령 건축 작품 부분을 설명하는 파트에서는 10개 내외의 설문지 형식의 문항을 제시하고 이것에 답을 하면서 작품을 분석해 보라고 제시하고 있다. 앞서 추천한 책들에서 이런 실전적 지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는 그것이 매체, 장르별로 빠짐없이 있어서 작품을 보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준다는 느낌임

 

 

5

테리 바렛, 미술비평, 그림 읽는 즐거움(2004)

 

위에서 제시한 책들과는 약간 결이 다르지만 큰 범주에서 입문서에 가까운 책을 하나 소개할까함. 테리 바렛의 책은 앞서 제시한 책들처럼 작품을 읽는 세세한 방법을 소개하는 책은 아님. 하지만 비평이라는 한정된 범위에서 작품을 어떻게 분석하고 또 그것을 글로 옮기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또한 미술 비평의 역사를 소개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초보자들에겐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여러 미술이론들을 압축적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뒤에 나올 여러 책들의 맛보기 격으로 읽어볼 가치가 있다.

 

1. 미술사 개론서

 

미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공사가 끝났으면 이제 기둥을 올려야한다. 그 과정에서 널리 읽히는 책들은 단연 미술사 개론서들 일 것이다.

 

6

캐롤 스트릭랜드, 클릭, 서양미술사(2010)

 

서양미술사 개론서들 중에서 가장 추천하는 책. 비록 곰브리치, 잰슨의 책에 비해 내용이 방대하지는 않지만 80년대 이후 미술사학계 내의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책이기에 일독의 가치가 있다. 공부의 측면에서도 워낙 사조를 정리하기 좋아서 거의 모든 대학의 미술 관련 교양 강좌에서 쓰인다. 본래 책 자체는 핸드북으로 생각해도 될 정도로 매우 얇은데 연구자들이 번역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은 채워 넣고 좀 더 명확한 비교가 필요한 부분에는 부가자료를 넣거나 작품을 대체(가령 영국 미술에서 게인즈버러와 레이놀즈를 비교하는 표)해 볼륨이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나 지금의 책이 탄생했음

 

 

7

에른스트 곰브리치,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2003)

 

미술사학도들의 영원한 스테디셀러. 미술사 역사 이래 불후의 명작으로 남을 개론서. 미술사의 대중화에 공헌한 전설적 명저. 한 세대의 미술사 전공자들의 사상에 영향을 미친 책. 하나같이 손발 오그라드는 멘트지만 사실 이런 화려한 미사여구들이 언론과 학계에서 그것도 국적을 가리지 않고 쓰인다는 것은 그만큼 이 책이 가지는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방증함. 사실 책 자체는 정리가 되어 있는 느낌은 아님. 또 일부 주장은 조금 오래되어서 다른 책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워낙 오래된 책이기 때문에 동시대 미술에 대한 서술 또한 부족한 것도 단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널리 읽히는 이유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서술 방식이 미술사가 독특한 학문적 위치를 점하는데 큰 공헌을 했기 때문임. 그런 의미에서 책 서문에 나온 유명한 명언 "미술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는 여타 다른 학문과 차별된 미술사만의 고유한 역사를 펴나가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사실 개론서라 함은 보통 다양한 의견들을 소개시켜주고 그를 둘러싼 사실들을 독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보는데 그 점에 있어서는 곰브리치의 책은 그 소명을 다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듦. 실제로 이 책은 미술가의 생애를 중심으로 서양미술사를 파악하다 보니 영웅주의사관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또한 그가 80년대 미술사에 큰 변혁을 가져온 신미술사학의 여러 조류들에 대해서 꽤나 부정적으로 생각했기에 그러한 연구성과가 본문에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음. 특히 그가 서문에서 했던 유명한 말은 헤겔의 시대정신 개념으로 해석 가능한 여러 개념들, 가령 뵐플린의 "양식"이나 파노프스키의 "도상", 하우저의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이론들을 소개한 개론서인가?라는 질문에 퀘스천 마크가 찍힌다. 그럼에도 곰브리치의 유려한 서술과 맞물려 작품을 보는 눈을 길러준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책임.

 

 

8

양정무,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2016)

 

2005년 여름, 한국미술사교육학회에서는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서양미술사 개론서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설문을 돌린적이 있었음. 당시 이 설문에 가장 상세하게 응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한예종 소속의 양정무 교수였다. 이런 본인의 문제의식은 전공분야인 르네상스 미술사회사에 관련된 연구서들의 출간으로 잊혀진 듯 보였다. 하지만 2016년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의 출간은 그가 아직까지도 한국의 고유한 서양미술사 개론서 출판이라는 목표를 버리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6권까지 나온 본 시리즈는 한국인이 쓴 본격적인 서양미술사 개론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동시대 해외 저자들의 저서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개인적으론 클릭, 서양미술사의 부족한 분량을 이 책으로 채워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듦. 도판과 문어체로 구성된 해설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고 최신 이론의 반영이라는 측면에서도 점수를 줄만한데 가령 1권에서 그리스 조각에 대한 수정주의적 해석은 국내에서도 생소한 것이었다. 제목이 시사하듯 어려운 개념을 지양하고 최대한 쉽고 상세하게 풀어쓴 책이니만큼 추천하는 책이다.

 

 

9

한동수 외, 동양미술사(2007)

 

이 분야의 대표적인 입문서.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반부는 중국미술에 대해 다루고 있고 나머지 부분은 일본, 인도, 기타지역의 미술을 다루고 있다. 기실 동양미술사라고 하면 중국, 일본 미술사를 연구하는 분야라는 인식이 강한데 근 몇 년간 동양미술사학계의 학문적인 범위가 넓어진 만큼 인도 미술에 대한 서술이 추가되어 보다 다양한 미술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소개된 중국미술사나 일본미술사의 경우 국내에도 어느 정도 괄목할만한 연구성과가 축적된 상태이기에 내용이 풍부하고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도 반영되어 있어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이 책은 시각 자료를 통한 요점 정리가 아주 뛰어난데 중국회화사 부분에서 당-송-원-명-청 시대의 화풍을 하나의 도표로 표현한 부분은 공부하는 입장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음. 동양미술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거나 혹은 이제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는 것을 추천함.

 

10

제임스 캐힐, 중국회화사(2002)

 

동양미술사에는 여러 분야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핵심 연구 분야는 단연 중국미술사임. 그런 점에서 중국미술사 입문서를 읽는 것은 이른바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한 4국(혹은 3국)의 미술을 접하는데 있어 근간이 된다. 제임스 캐힐의 <중국회화사>는 한국 번역판 기준으로도 나온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이 분야를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읽히는 책이다. 한 때 동양미술의 곰브리치 서양미술사라 불렸을 정도로 스테디셀러였던 책이었기에 책의 퀄리티 자체는 보장하지만 최신 연구 성과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만약 영어가 된다면 저자의 중국미술사 강연이 유튜브에 업로드 되어 있으니 그것을 보아도 좋겠다

 

 

11

안휘준 외, 한국미술의 역사(2003)

 

서양미술사에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있다면 한국미술사에는 김원용, 안휘준 선생님의 <한국미술의 역사>가 있다. 모든 한국미술사 전공자들이 적어도 한번 아니 공부하는 내내 소장하고 읽어보는 책이고 대중들에게도 한국미술사의 전문적 입문서로 널리 알려진 책이기도 함. 책의 저자인 김원용, 안휘준 선생님은 사제 관계인데 김원용 선생님은 작고하시고 현재 안휘준 선생님이 꾸준히 개정판을 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책 자체가 매우 두껍기 때문에 선사시대부터 조선말기까지의 예술을 매체별로 끊어서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고 시대적으로 뒤떨어지는 논지도 생각보단 없는 편. 다만 책의 내용을 제대로 정독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공부하듯이 읽어야 하고 따라서 카페에서 느긋하게 앉아서 볼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스터디용 교재의 느낌이 강하다. 감히 말하자면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마스터해도 웬만한 사람들보다 한국미술사에 대해서 훨씬 많이 알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임.

 

 

12

장기훈 외, 클릭, 한국미술사(2011)

 

김원용, 안휘준의 한국미술사와 비교했을 때 클릭, 한국미술사는 다소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초판 출간 당시 40대였던 소장 연구자들이 써낸 개론서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젊은 감각이 돋보인다. 학계 최신 성과를 과감하게 반영했고 책 디자인도 이 분야치곤 세련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교양 수준에서 널리 읽히고 있다. 짧은 분량이 다소 아쉬울수 있겠지만 사실 이 정도 분량으로도 교양 수준에서는 꽤 깊은 수준의 한국 미술사 지식을 얻은 것이라 전문적으로 공부할 것이 아니고서야 이쪽이 보다 나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다음은 서양, 동양, 한국미술사 보다는 좁은 범위를 다루는 책들이지만 미술사의 학제 구분에서는 엄연히 주요 연구라고 할 수 있는 분야들을 살펴보겠음 그리고 매우 중요하지만 개론서에서는 상세히 다루지 않는 현대미술사 관련 책들도 소개하겠다.

 

 

13

김리나 외, 한국불교미술사(2011)

 

동아시아 미술에서 불교미술은 서양의 기독교미술이 그렇듯 중요한 비중을 차지함. 한국에서도 불교미술의 연구 성과는 상당히 축적되었는데 막상 이런 성과를 정리하고 대중, 학부생 수준에서 풀어 설명한 책들은 드문 실정이었음. 그러던 찰나에 나온 책이 바로 한국불교미술사임. 이 책은 대학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기 직전 반드시 읽어보는 책들 중 하나이자 교양 수준에서 불교 작품의 여러 도상적 의미와 역사적 변천과정을 파악하기에 적합한 책임. 한국의 학문 실정상 특수 연구 주제에 한하여 상세한 개론서가 몇 없는 편인데 동양미술사, 그중에서도 불교미술사는 상대적으로 그 기반이 탄탄한 편이라 읽을 수 있는 저작들이 꽤 많은 편임. 특히 본 책의 저자들이 현재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사람들이니 저자검색으로 불교미술 책들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14

윤용이, 우리 옛 도자기의 아름다움(2007)

 

사학과와 다르게 미술사는 시대뿐만 아니라 매체별로 과목들을 세분화해 가르친다. 그러한 미술사학만의 독특한 학제 구분 방식에서 나온 분야가 하나 있는데 바로 도자사 분야다. 한국의 도자사 연구는 일제시기부터 이어져 오는 꽤나 오래된 전통으로 그 연구 또한 활발함. 그래서 그런지 나름 대중적인 저서부터 전문적인 연구 서적까지 다양한 난이도의 책들이 출간되어 있다. 그 중에서 명지대학교 윤용이 선생님의 책은 도자사 분야에 있어 대중 수준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개론서 중 하나임. 나온지 10년이 넘어간 책이지만 대중뿐만 아니라 학부 저학년 수준에서 도자사를 이해하기에 이만한 책이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임. 또 딱딱한 여타 개론서와 다르게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는 것도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15

조주연, 현대미술강의(2017)

 

현대미술에서 바이블이라 불리는 책은 스터디용으로도 널리 쓰이는 <Art Since 1900>임 이 책은 모 평론가가 말했듯이 고질의 역사서가 분명하고 이 분야를 깊게 들어가고 싶다면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기도 함. 하지만 흉기 수준의 두께와 크기, 난해한 문장과 이론 등으로 쉬이 읽히지 않는 책임. 그런 점에서 현대 미술에 관한 개괄적인 설명을 제시하는 책을 먼저 읽어야 돌파가 가능하다. 과거 이런 역할을 했던 책으로는 김영나의 〈서양현대미술의기원〉이나 노버트 린튼의 〈20세기의 미술〉 혹은 에드워드 루시-스미스의 <20세기 시각예술> 등이 있지만 이러한 책들은 오래되었거나 번역의 부실함으로 제대로 된 의미 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조주연 선생님의 <현대미술 강의>를 추천하는 이유는 이런 한계들을 나름 뛰어넘었다는 점 때문. 개인적으로 이 책은 <Art Since 1900>을 독해하기 위한 일종의 해석서, 주석서 느낌이 있다. 실제 구성에 있어서 <Art Since 1900>를 의식한듯한 부분도 있는 듯 했고. 그렇지만 국내에 출판된 책들 중에 현대 미술에 대해 이렇게 상세하게 풀어쓴 책은 드물기에 비단 그런 점이 아니더라도 현대 미술을 접하기 위한 훌륭한 입문서라 생각함. 다만 앞서 소개한 현대미술강의는 동시대 미술이라 불리는 오늘날의 미술 경향들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는 단점이 있음.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책으로 <테마현대미술노트>는 탁월한 선택이다. 이 책은 특정 주제들을 중심으로 해서 해당 주제의 전반적인 경향과 주요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책 그 자체로 읽어도 훌륭하지만 이것을 기반으로 작가 연구, 이론 연구로 뻗어나갈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스터디용 교재로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렇듯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는 책으로 <라운드 테이블 : 1989년 이후 동시대 미술을 이야기하다>라는 앤솔로지도 있는데 이 책은 극상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책이라 쉬이 읽히지가 않음. 동시대 미술을 친절히 설명한다기 보다 각 주제에 대해 비평가, 학자, 큐레이터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논문집에 가까우므로 도서관에서 살펴만 보고 추후 이 분야에 어느 정도 지식이 쌓였을 때 도전하는 것을 추천함

 

이 글을 읽다보면 누군가는 “각각의 분야들을 일일이 검색하기 귀찮은데 나름 지뢰를 피하면서도 만족스런 독서를 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이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실을 말하자면 열악한 출판시장에서 발품을 팔지 않는 이상 양질의 단행본을 구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최소한 평타 이상을 치는 예술 총서들은 존재한다. 다행히 한국에는 여러 예술 전문 출판사들이 있고 이들은 경쟁적으로 해외 유수 출판사들이 기획한 총서들을 번역 출간했다. 아래의 시리즈들은 그렇게 한국에 출간된 여러 총서들 중 일부임. 앞서 동양미술사의 경우 세부 분야들을 이야기하며 나름의 개론서들을 소개했지만 서양의 경우 그런 개론서들이 총서라는 이름 아래 묶여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서양미술의 특정 사조(르네상스, 바로크, 낭만주의, 사실주의 등등)를 알고 싶은 사람들은 아래의 글에 나오는 총서들을 검색어에 때려넣고 찾는게 그냥 찾는거보다 훨씬 빠르다. 워낙에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고 번역자의 상태에 따라 가독성도 천차만별이라 일괄적으로 전부 평을 내릴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읽어본 것들 중 학술사적으로 의미 있고 정보 취득에도 도움이 되었던 책들을 추천하겠다.

 

 

16

시공아트 시리즈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도움을 받았던 시리즈. 작가론을 다룬 시리즈, 특정 사조를 다룬 시리즈 모두 평타 이상은 쳤으며 내용 자체도 풍부했다. 토머스 카펜터의 <고대 그리스의 미술과 신화>는 국내외 할거 없이 이 분야의 대표적인 입문서로 통하고 있으며 마이클 리비의 <조토에서 세잔까지>는 영국에서 서양회화사를 이해하기 위해 기초적으로 보는 책들 중 하나다. 특히 이 시리즈는 서양 파트에 읽을만한 책들이 꽤 있는데 제르맹 바쟁의 <바로크와 로코코> 윌리엄 본의 <낭만주의 미술>이 대표적이다. 이 중 윌리엄 본의 책은 추후 소개할 한길아트의 데이비드 블레이니의 책보다 훨씬 더 인지도도 높으니 둘 중 하나를 고르고 싶으면 이 책을 골라라

 

라루스 미술사 시리즈

 

걸러라. 내가 본거만 그런진 모르겠는데 도판 엉망, 제본 엉망, 교정 교열 엉망이었음. 내용도 그걸 감수할만큼의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다만 라루스 출판사는 세계적으로 꽤나 알아주는 프랑스의 예술 출판사이고 출판하는 책의 수준도 어느 정도 보장한다. 그러니 프랑스어, 영어 가능자는 원서로 읽어보길

 

 

17

한길아트 Art & Idea 시리즈

 

한길아트 시리즈 또한 특정 사조, 작가에 입문하기 위한 관문으로 널리 읽힌다. 영국의 유명 예술 출판사 중 하나인 테임즈 앤 허드슨 출판사에서 낸 예술 총서를 번역한 것이기에 내용이 나름 풍부하다. 이 중에서 특히 제임스 루빈의 <인상주의>는 저자 자체가 이 분야의 대표적 석학에다가 입문서로도 서구권에서 널리 읽히는 책이고 데이비드 어윈의 <신고전주의>는 해당 분야의 상세한 개론서가 없는 한국의 사정상 대체가 불가능하다.(조중걸 선생님의 근대예술1이 해당 내용을 다루고 있고 이 분야 이해에 꽤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 책을 말하는 전공자는 본적이 없다) 다만 여러 책들 중 <개념 미술>은 개념 미술의 역사를 파악하기에는 좋으나 그것의 이론적 설명에 있어서는 나사가 빠진걸로 전공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그러니 이 분야에서는 후에 소개할 폴 우드의 동명 서적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함. 끝으로 데이비드 블레이니 브라운의 <낭만주의>는 국내, 해외 모두 앞서 윌리엄 본의 책보다는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개인적으로 꽤나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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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당 미술책방 / 현대미술운동총서

 

이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예술 출판사답게 유명 저자들의 책이 잔뜩 포진해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책 디자인이 꽤나 촌스럽고 지금 읽기에는 다소 오래된 논의들을 담고 있는 책이 많음. 2020년 기준 과거 냈던 책들을 개정해서 재출간하고 있는 듯하니 보고 싶은 책은 눈여겨 보았다가 재출간되면 그때 구매하는 것을 추천함. 제임스 캐힐의 <중국회화사>는 앞서 소개했듯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재독, 삼독을 해야하는 교과서 같은 텍스트고 오광수 선생님의 <한국 현대미술사 -증보판>은 한국 근현대 미술사 입문서로 널리 읽혔고 지금도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 읽히는 책임. 개인적으로 같은 분야에서 널리 읽히는 최열의 <한국 근대미술의 역사>, 홍선표의 <한국 근대미술사> 중 최열의 책보다는 낫고 홍선표의 책보다는 못한거 같음. 오주석 선생님의 <단원 김홍도>는 이 분야의 고전으로 지금도 심심찮게 발제지 레퍼런스 목록에 그 이름이 올라가는 책이지만 개인적으로 오주석 선생님의 진가는 푸른역사 출판사에서 나온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에서 더 잘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다른 총서 시리즈들과 다르게 열화당 미술책방에는 미술사 분야에서 유명했던 고전들의 번역본도 상당히 많은데 케네스 클라크의 <누드의 미술사>나 바실리 칸딘스키의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등이 대표적임. 이 중에서 케네스 클라크 책은 개인적으론 엑스오북스 출판사에서 나온 <그림을 본다는 것>을 더 추천하는 편이고 바실리 칸딘스키의 책은 대체제가 없으나 2019년에 재출간된바 있으니 그걸 읽는걸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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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북스 Taschen 베이직 아트 총서

 

독일의 유명 예술 출판사 타스첸의 예술 총서를 번역한 책. 개인적으론 폴 우드의 책 <개념미술>말고는 공부할땐 전혀 도움이 안됐지만 책이 상당히 얇아서(200페이지 넘는걸 본적이 없음) 가볍게 읽기 좋고 단시간에 해당 작가에 대해서 알고 싶을땐 유용했음. 근데 번역이 엉망인건지 원문 자체가 지나치게 정보를 축약해서 그런건지 머릿속에 정보가 잘 들어오는 느낌은 아니었음. 그럼에도 컬러도판이 꽤나 풍부하니 지하철에서 오고가며 그림책 보듯 가볍게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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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슈나이더 애덤스, 미술사 방법론(2014) / 마이클 해트 외, 미술사 방법론(2012)

 

0.들어가기에 등장했던 책들에서 나온 작품 해석 방법들을 상세하게 풀어쓴 책들을 소개하겠다. 미술사학과 학부 고학년, 대학원 1,2학기에 들어갔을 때 부딪치는 가장 큰 난관 중 하나가 있는데 바로 방법론이다. 이 단계에 들어온 학생들은 이제 무엇을 읽느냐의 단계를 넘어 어떻게 읽느냐의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미술사 방법론에 있어 널리 읽히는 책은 학교 불문하고 동일한 듯 한데 로리 슈나이더 애덤스의 <미술사 방법론>과 마이클 해트, 샬럿 클롱크의 <미술사 방법론>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가지 책 중 어느 것을 읽어도 상관은 없다. 다만 개인적 감상으로 전자 보단 후자가 철학적인 내용이 더 많다고 느꼈다. 굳이 비교하면 전자는 전통적인 미술사 방법론들을 충실하게 모아놓은 느낌이고 후자는 미술에 대한 철학적 해설에 더 비중이 있는 느낌이었음.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보면 되겠지만 미술사뿐만 아니라 미술 연구에 필요한 제반 분야 지식(철학, 기호학 등)을 요구하는 책이기에 무턱대고 사기보단 도서관에서 필요한 부분만 군데군데 발췌독 하는게 더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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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럴드 레빈슨, 미학의 모든 것(2018)

 

미술, 특히 근현대 미술을 깊이 읽는 과정에서 어쩔수 없이 부딪치는 것이 바로 미학이다. 미술사와 미학이 엄연히 다른 학문이긴 하나 둘 사이의 교류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실제 커리큘럼 상에서도 둘은 빈번히 혼용된다. 하지만 미술사 책도 읽기 바쁜데 미학 책은 언제봐?라고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미학의 주요 주제들을 간략하게 정리한 몇 가지 책들이 출간되었다. 그 중 제럴드 레빈슨이 엮은 <미학의 모든 것 - 철학적 미학의 길잡이>는 <미학대계> 같은 벽돌은 읽기 싫고 그렇다고 진중권의 책을 보기는 싫은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옥스퍼드 핸드북 시리즈(the oxford handbook of aesthetics)를 번역해 출간한 것인데 말이 솔직히 말이 핸드북이지 미학의 주요 주제들에 대한 백과사전에 가까운 책이다.

 

기둥을 세웠으니 이제 세부 주제들을 통해 지붕을 세우고 장식을 할 일이 남았다. 그건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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